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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기적 유전자는 낚시다.

분류없음 2008.06.03 19:59 Posted by 기분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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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도 넘은 스테디셀러를 지금에서야 읽는다. 30주년으로 3rd가 얼마 전에 나왔으니 요즘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읽기 잘 했다고 생각한다. 점수를 준다면 10점만점의 9점 정도? 내용 괜찮고 내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책이지만 도킨스형의 작문 방식이 약간 어려워보여서 점수를 깍았다.

이기적 유전자라... 책을 다 읽어보고 평가를 내리자면 저자가 의도한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 제목은 낚시다. 이 책의 내용은 생물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나르는 생존기계일뿐아니다. 비록 책표지에는 그런 식으로 써있지만 말이다.

30주년 기념판 서문에도 도킨스는 가장 바꾸고 싶은 내용은 제목을 이기적 유전자라고 하지말고 불멸의 유전자라고 바꾸고 싶다며 후회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책을 읽은 사람 조차도 '생물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나르는 생존기계군'하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기에 논란이 지속되는거다.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니 낚시가 목적이었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글 솜씨가 소문만큼 좋지 않은 거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누가 리처드 도킨스의 글이 쉽다고 했나? 도킨스형 책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책 내용이 한번에 머리 속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번역가의 문제라고 생각해 원서를 찾아봤다. 결론은 도킨스의 글 자체가 어렵고 번역하기 까다롭다는 것이다. 첫 단락의 문장은 오해가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자극적인 문장을 제시하고, 그 뒤 단락에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문장을 자세하게 푸는 경향이 있다. 첫 단락의 문장이 읽기 쉬었으나 오해를 살 수 있는 문장이고, 그 다음부터는 이해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같은 속도로 읽어 내려가다보면 결국 자극적이었던 첫 단락만 기억에 남게 된다.

책표지에도 인간은 유전자의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이기적인 생존 기계이다라고 떡하고 써져있으니 이런 내용에 흥분해서 이 내용만 계속 떠올리다가 정작 글쓴이가 말하고 싶었던 본문은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수준이하의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진 않다. 만약 형편없는 책이라면 논란만으로 30년간 베스트셀러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완벽한 책이 아닐 뿐 읽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가장 큰 장점은 전문적인 내용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게 비유하거나 예를 드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쉽게 비유를 하다보니 설명해야할 부분이 많이 생기고, 오해하지 않도록 글이 길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또 아는게 많다보니 말이 길어지는 부분도 있다. 문장을 좀 더 간결하게 썼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바람일 뿐.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은가? 차분하게 읽으면 주장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유전자 중심으로 생물계를 표현한 교양도서로 이만한 책은 찾기 어렵기에 이 책은 괜찮은 책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기적의 의미는 생존이라는 의미다.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건 생존을 원했다는 것이다. 사실 유전자가 살아있다는 의미도 불분명하니 생존보다는 불멸이라는 어휘가 적당하다. 그래서 도킨스는 불멸의 유전자라고 이름을 지었어야하는데 라고 후회한 것이다.

이 책에서 생물은 유전자 중심으로 번식하고 생물계는 유전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완벽하다고 볼 순 없지만 생물계의 모습을 생물 중심보다 유전자 중심으로 설명할때보다 많은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유전자 중심으로 생물의 행동과 생물계를 설명하는데 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유전자에 의해 우리가 조정을 받고 있는거였다니 하고 충격받아 이 책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도킨스는 유전자의 중심이론에서 끝맺는게 아니라 그것을 기반으로 여러가지 주장을 한다. 중요한건 유전자를 기반으로 했을 때 설명하는 사실들이지. 유전자 중심이라는 사실이 아니다. 그가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은 유전자를 옮기기 위한 운송수단이라고 말한다며 인간미없는 회의주의자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도킨스가 회의주의자가 맞을지 몰라도 그는 낭만적인 로맨티스트다.

이기적인 행동이 모여 결국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이론은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도 있는 내용이고, 사회학에도 등장한다.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도 그런 이론중에 하나일 것이다. 진화생물학과 게임이론을 기반으로한 ESS(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이론으로 이기적 개체의 모임이 결국 이타적 개체가 대다수를 이루는 집단으로 바뀌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1973년에 만들어진 이론이라는데 난 그 동안 이것도 모르고 뭐했나는 생각과 함께 머리 속이 시원해졌다.

게임이론에 입각해 협력과 배신 등의 행동패턴을 미리 정해서 이익과 손실등을 따져 이익이 남은 쪽이 살아남는 방식으로 정한다. 그리고 수학적모델로 분석해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가정하면 행동패턴들이 일정한 비율로 수렴하게 된다. 협력적인 패턴 %, 착취하는 패턴 %등으로 수렴하게 되는데 결국 각각의 생물이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대다수가 협력적인 생물이 되는 것이다. 30억년이상 지구에 살면서 살아남은 생물 중 하나인 인간들의 대다수가 이타적인 것인 당연한 것이다!

이 책이 가져다 주는 재밌는 이야기가 또 있다. 진화가 거듭되면서 다양한 유전자가 존재하고 그런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생물들과 부딪히면서 대응해야할 상황이 늘어난다. 유전자는 생물이 탄생할 때 확정되고 변하지 않는다. 항상 일정한 패턴대로 행동하는 생물의 유전자는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결국 그 생물에게 어느정도 대응방법을 위임한 유전자가 살아남게 될 것이다. 유전자는 생물이 얻은 대응방법을 얻을 수 없다. 생물이 얻은 대응방법은 생물끼리 문화라는 이름으로 전승된다. 도킨스는 유전자처럼 문화가 전수된다고 이 것을 이라 정의했다.

내가 도킨스를 로맨틱하다고 한 이유가 이 것이다. 복제를 계속해 사라지지 않는 유전자처럼 생물체도 을 전수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난 할아버지에게 말투같은 것을 모르게 조금씩 물려받았고, 나의 후손 혹은 친구들에게 서로 영향을 주면서 퍼질 것이다. 그 반대로 내가 친구나 가족으로 부터 행동양식을 받는다고 할 때 그 친구나 가족도 누군가에게 받았던 행동양식이다. 같이 행동하고 학습하면서 서로 안에 서로가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사용하는 단어도 만년 이상 전에 누군가가 만든 단어를 쓰는 걸지도 모른다. 정말 멋지지 아니한가! 도킨스가 로맨틱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이라는 것을 생각해 낼 수 있었겠는가?

이기적유전자에서 인간에게만 전수된다고 써있지만, 그건 지금보다 도킨스가 인간중심적 사상이 있었을 30년 전 생각이고 지금은 다르다. 왜 30년 개정판때 이 부분을 고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30년 개정판은 나온 것은 도킨스가 조상이야기라는 책을 쓴 이후인데, 조상이야기에서는 인간이 아닌 동물도 인간과 다를 바없이 문화가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침팬지같은 경우는 도구사용법을 전수해주는데 그 중 한 집단이 사용하는 가장 흥미로운 도구사용법 중 하나는 약초다. 기생충에 감염돼 병에 걸리면 그 병에 효과적인 약초를 먹는다고 설명해놨다. 더욱 놀라운건 어린 침팬지가 기생충에 감염도 안됐는데 먹으려고 하면 못 먹게 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침팬지세계의 의학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설명이 부족한 부분 조금 있다. 유전적 근친도로 설명한 거라든지.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와 50%가 같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체적 유전자로 보면 99.99%가 같은건데 그렇다면 여기서 주장하는 가정이 모두 뒤틀려 버린다. 또한 왜 남녀같은 성이 존재하는지 설명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꼭봤으면 한다. 내가 어떻게 해서 존재하게 됐는지 내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유전자 혹은 생물단위로 설명해주는 책이니 말이다. 두껍고 문장이 난해해 읽기 싫다면 EASY버전도 있던데 그런 것을 이용해서라도 봤으면 좋겠다. EASY버전은 내가 전혀 읽지 못했기 때문에 내용이 어떻다고는 장담 못하겠지만 말이다.

밈이라는 개념이라든지, ESS이론이라든지. 내가 추상적으로 모호하게 생각하던걸 구체적으로 풀어진 글을 읽으니 내 머리 속이 명쾌해졌다. 저자인 도킨스에게 고마울 뿐이다.

유전자중심으로 본다면 우리는 유전자를 나르기 위한 운송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건 유전자관점이니 불쾌해할 필요도 없다. 원자관점에서 본다면 그냥 원자집단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도 대부분이 빈공간인 띄엄띄엄 존재하는 원자집단말이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고 이 책은 그냥 유전자관점에서 해석을 했을 뿐이다. 생명의 가치까지 유전자에 위임할 필요없다. 우리는 인간이니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된다. 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유전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설계도에 불과하다. 이 책을 보는 사람은 내용을 오해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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